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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본문
주역(周易)은 4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3경(시경, 서경, 주역)의 하나로 역경(易經)이라고도 한다. 공자는 이 책을 꿴 가죽끈이 3번 끊어지도록 정독하였으며(위편삼절 (韋編三絕) 고사), "내게 주어진 수명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이 공부를 완성하여 큰 허물을 면할 텐데.."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역(易)은 날일(日)과 달월(月)로 이루어진 글자로 음양(陰陽)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음양은 본디 하나(태극)에 속하는 다름으로, 서로 대립하고 의존함으로써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이자 삼라만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주역의 64괘 중 첫 번째인 건괘(乾卦)는 6마리 용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1. 初九 潛龍 勿用(:초구 잠룡 물용) : 초구는 물에 잠긴 용이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
2.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구이 현룡재전 이견대인) : 마침내 때를 만난 용이 세상에 몸을 드러내지만 아직 새끼에 불과하니 우쭐할 일이 아니다.
3. 九三 君子 終日乾乾 夕惕若 厲 無咎(구삼 군자 종일건건 석척약 여 무구) : 하늘로 솟구친 용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해야 비로소 하늘에 머무를 수 있다.
4. 九四 或躍在淵 无咎(구사 혹약재연 무구) : 혹여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못으로 돌아와 실력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리면 되니 낙담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
5.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구오 비룡재천 이견대인) : 충분한 성장을 마친 용이 마침내 때를 얻어 하늘에 군림한다.
6. 上九 亢龍 有悔(상구 항룡 유회) : 지나치게 높이 올라간 교만한 용에게는 반드시 뉘우침이 있으리라.
이를 4단계로 축약해 초구는 잠룡(潛龍), 구이는 현룡(見龍), 구오는 비룡(飛龍), 상구는 항룡(亢龍)이라고도 한다. 산해경(山海經)에서는 잠룡을 신성한 구렁이나 잉어가 등용문을 넘어선 교룡(蛟龍), 현룡을 5백 년을 수련한 교룡이 뿔은 얻어 승천한 각룡(角龍), 비룡을 각룡이 다시 5백 년을 수련하여 날개가 돋아 비로소 하늘에 머무는 응룡(應龍)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차트 안의 세상을 진입과 청산(혹은 추세와 회귀)으로 해석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투기 역시 이와 흡사하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진입과 청산(수익과 손실)을 반복해야 비로소 하늘에 머무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분 차트 안에도 월간 차트 안에도, 경력이 한달인 트레이더에게도 10년이 된 트레이더에게도, 시드가 백만 원이 있어도 100억이 있어도 그 각각의 6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트레이딩이 과연 어느 높이까지 날아 오를지는 알 수 없겠지만, 시작은 반드시 맺음이 있는 법이니 부단한 날갯짓 속에서도 항룡유회를 경계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래는 각각의 단계에서 유레카를 외쳤을 때와 큰 수익이 났을 때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경험담을 쓰려고 했는데 용 이야기가 재밌어 샛길로 빠지고 말았다. 모쪼록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육룡이 나르샤 하늘 끝까지 성장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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