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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을 시험하다

엔타이투밀라 2017. 1. 16. 14:39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大望)은 일본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절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3대에 이르는 천하통일의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워낙에 방대한 분량에 질려 선뜻 손을 대기가 망설여지지만, 개인적으로 평생의 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선택하게 되는 명작인 듯 싶다.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들이 있지만, 내게 잊혀지지 않는 한 부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화이다.


이미가와 요시모도를 격파하고 단숨에 일본의 실력자로 부상한 노부나가의 거침없는 행보는 매제 아사히 나가마사의 뜻밖의 동맹단절로 인해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지게 된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퇴각의 배후를 맡는 위험한 역할을 자원한 것은 이에야스와 히데요시 단 둘 뿐.


급부상하는 노부나가의 신하로 전락하지 않기위해 어떻게든 대등한 실력을 입증해 보이려는 이에야스와 이를 간파하고 주군인 노부나가가 이에야스에게 빚을 지지않게 하려는 히데요시의 사지(死地)로의 지원경쟁은 결국 히데요시의 주도로 이루어지게 되고, 이로써 당시 600석의 소규모 영주에 불과했던 히데요시는 훗날 천하를 도모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누구도 나서기를 꺼리는 위험한 일을 자청한 이유를 묻는 부하들에게 히데요시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원래 조상대대로 토지와 가신들을 가지고 태어난 영주 출신이 아닌 농사꾼의 자식이다. 노부나가의 덕분에 이만큼 출세했으니 그를 위해 지금 죽더라도 여한은 없다. 또한 이에야스는 일본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인물로 아직 죽어서는 안된다.


나는 평생을 내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운을 시험해 왔다. 만일 내게 하늘이 준 사명이 아직 남아있다면, 히데요시는 결코 이곳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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