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the star crossed lovers 본문

read/북마크

the star crossed lovers

엔타이투밀라 2018. 8. 26. 04:23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언제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손에 넣고,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 해왔던 거야.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그런 일을 되풀이 해왔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퍼스너의 교환 같은 것이었지.

 

그러나 어찌됐던, 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자신이 되어, 지금까지 자신이 껴안고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거야.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현재와는 다른 나 자신을 추구하고 있었고 노력만 하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했어. 나는 어디까지 가도 나일 뿐이었어. 내가 껴안고 있는 결락(缺落)은 아무리 멀리 가도 변함없는 결락일 뿐이었어. 아무리 주위의 풍경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무리 변화해도, 나는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내 안에는 어디를 가든 한결 같은 치명적인 결락이 있어. 그 결락이 내게 격렬한 굶주림과 갈증을 가져다 주는거야. 나는 줄곧 그 굶주림과 메마름에 혹사당해왔었고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거야. 어떤 의미에서는 그 결락 자체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말이야. 나는 그걸 알 수 있어.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가능하다면 새로운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아마도 난 그렇게 할 수 있겠지.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노력해서 어떻게든 새로운 자신을 획득할 수 있겠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비슷한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난다면 나는 또 똑 같은 일을 반복할지도 몰라.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도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고.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어. 내가 말하는 자격이란 그런 뜻이야. 나는 도저히 그 힘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어.”


“그럼 당신은 지금까지, 그 힘으로부터 내내 도망치려 했던 것이로군요?”

 

‘아마 그랬나봐’라고 나는 말했다.

 

유키코는 아직 내 가슴 위에 손바닥을 얹고 있었다. 

“불쌍한 사람” 하고 그녀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read > 북마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0) 2019.07.04
You are very much on time  (0) 2018.11.28
전쟁의 다섯가지 큰 원칙  (0) 2018.07.31
西江月  (0) 2018.07.30
돌멩이의 가격  (0) 2018.03.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