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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울지 않는 두견새 본문
내가 애정 하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大望)에 등장하는 3인의 성격을 단적으로 묘사한 '울지 않는 두견새'란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적힌 센류(川柳: 에도 시대 시가의 한 종류)가 출전(出典)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나무위키 참조)
鳴かぬなら 殺してしまえ 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죽여버릴 터이니 두견새야) - 오다 노부나가
鳴かぬなら 鳴かせて見せよう 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울려 보이마 두견새야) - 도요토미 히데요시
鳴かぬなら 鳴くまで待とう 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마 두견새야) -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유명한 고사(故事)는 1962년 한일협정 당시 김종필 총리가 일본의 오히라 마사요시 외상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인용하여 비로소 협상의 돌파구를 열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17714130#home)
여담이지만 이 3인에 관해서는 '노부나가가 쌀을 찧고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을 앉은 채로 먹은 건 이에야스'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소설 대망의 마지막 부분인 '입명왕생(立命往生)'에는 죽음을 앞둔 이에야스가 비로소 신불(神佛)의 뜻을 깨닫고 언급한 '생명의 나무'에 관한 대목이 있다. 대략 정리하자면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이에야스도 결국 '서로 다름'이 아닌 생명의 나무를 번성시키기 위한 큰 흐름을 위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여러 나뭇가지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내용이다.
나는 이를 필연적으로 노부나가의 '결단의 시대', 히데요시의 '변화의 시대', 이에야스의 '인내의 시대'를 순서대로 모두 거쳐서야 비로소 혼란스러운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종결이라는 대의(大義)가 완성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두견새'와 '떡' 역시 3인의 '다름'이 아닌 하나의 완성을 위한 각각의 '역할'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의 투기 역시 어떤 맥락에서는 이와 같지 않을까. 포지션 진입을 위한 '결단'과 시세의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조급해하지 않고 몇 번이고 반복하고 기다리는 '인내'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며 자신의 상황과 역할에 충실해 야만 비로소 '누적수익'이라는 자그마한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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