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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不狂不及(불광불급) 본문
우리에게 널리 알려 진 불광불급( 不狂不及)이란 말은 원래 한자에는 없는 말이라고 한다. 본래는 "若汝不狂 終不及之 (약여불광 종불급지)" 로, 해석을 하자면 "미치지 않고서는 원하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는 뜻이다.
'정민'이 쓴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최흥효는 조선 중기의 명필이였다. 한때 그가 과거를 보러 가서 답안지를 쓰는데, 우연히 그 중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와 똑같게 되었다. 평소에 수백 수천 번을 연습했어도 종내 쓰지 못했던 글자가 우연히 휘두른 붓끝에서 왕희지와 匹敵(필적)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기 글씨에 도취되어 오랜 시간 뚫어지게 보고 또 보던 그는 자신이 쓴 글이 아까워서 차마 과거장에 제출하지 못하고 답안지를 품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왕희지와 같게 써진 필치, 그 한글자 앞에서 과거급제의 꿈마저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그의 행동은 분명코 미친 짓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홍문관 제학을 지냈으며, 예서와 초서를 잘쓰는 유명한 서예가로서 인정받아 세종의 명으로 금자법화경도 썼다. 지금도 그의 글씨로는 강릉에 최참판치운비가 남아 있다.
조선 후기 서예로 유명한 이삼만은 베를 삶아 희게 하여 그 위에 글씨 연습을 했다고 한다. 베가 새까맣게 되면 다시 삶아서 썼고, 몸이 아플 때에도 하루에 천 자 이상씩 썼다. 그는 늘 서예가는 먹을 갈아 벼루 세 개를 구멍 내지 않고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안젤름 그륀(Anselm Grun)은 "자기 자신 잘 대하기"라는 글 중에서 "인격의 근본적인 변화는 한 사람이나 한 가지 작업에 몰두할 때에만 일어난다. 어느 행위에 온전히 몰두하는 것은, 그것이 정신적이든지 육체적이든지 유일하게 넘쳐 흐르고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 자아는 항상 가장 집중해서 몰두하는 그 지점에 존재한다." 라고 했다.
처음 불광불급이란 말이 화제가 되었을 때, 미칠 광(狂)자가 쓰이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미칠광(狂)은 개견(犭)과 임금 왕(王)으로 이루어져 왕이 마치 짐승(개)과 같이 행동하기에 미쳤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 해 무언가를 이루는 모습은 분명 아름답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나머지 결국에는 자신과 세상을 그르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한 번쯤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