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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두 개의 세상 본문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특별히 가진 것 없는 평범한 남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신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그만큼 ‘좋은 여건’을 만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단위 시간당 투입되는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높인다는 의미이다. 이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성실함이 요구되지만, 일단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0년 뒤에는 과장, 20년 뒤에는 부장,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는 자신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직을 포함한 자영업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실히 노력한다면 비교적 앞일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첫 번째 세상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상식적’인 세상이라고 하기로 한다.
짐작했겠지만 두 번째는 당연히 ‘비상식’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매우 변덕스러우며 우연한 기회 혹은 타고난 재능과 운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상식적’인 노력과 성실함만으로는 앞일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그다지 받지 않는 편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꿈을 꾸는 예술가,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빌리려는 사업가, 그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 등이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더 좋고 우월한지에 관해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낮의 빛으로 밤 어둠의 깊이를 알게 뭐냐’라는 니체의 말처럼 ‘상식’의 잣대로 ‘비상식’을, 혹은 ‘비상식’의 잣대로 ‘상식’의 세상을 측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것이다.
물론 현실은 ‘상식’과 ‘비상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를 명쾌하게 구분 짓기란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상식의 땅에 발을 딛고 비상식의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투기꾼이라면 한 번쯤은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투기가 그토록 어렵고 때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상식’의 세상에 맞도록 배우고 길들여진 익숙한 잣대로 ‘비상식’의 세계를 가늠하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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