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욕심 많은 겁쟁이 본문

write/투기학개론

욕심 많은 겁쟁이

엔타이투밀라 2022. 11. 16. 18:24
risk라는 단어는 '뱃심 좋게 도전하다(do dare)'라는 의미의 초기 이탈리아어 risicare에서 유래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리스크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인 셈이다.

인간을 홀리는 도박의 마력은 바로 별다른 제약 없이 운명에 맞서 결전을 벌이는 행위라는 점에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일가견을 펼친 바 있는 애덤 스미스는 이런 도박심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인간 대다수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갖는 오만한 자부심과 자신의 운에 대한 터무니없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피터 L 번스타인  RISK 중

 

지난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트레이딩이란 결국 지금 이 순간 매수할 것인가  매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드를 가진 우리들은 그렇다면 어느 자리에서 얼마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얼마의 수익을 '기대' 할 수 있는가를 선택하고 실행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만 한다.

 

리스크를 일정하게 제한한 상태에서 매수로 1:2의 손익비를 실현하는 방법은 크게 A(노멀한 손익비), B(손절과 수익을 짧게 잡는 대신 물량을 늘리는 방법), C(레버리지를 줄이고 손절과 수익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매매의 순서를 보자면

 

1. 추세(방향)를 결정한다.

2. 지지와 저항을 결정한다. 여기서는 중심선을 5에 놓았지만, 어디에 놓아도 무방하다.

3. 여기에 자신이 보는 기준 차트의 변동성을 감안해 A, B, C 중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보는 기준 차트의 변동성과 손절폭 사이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터무니없는 극단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B기 때문에 100의 변동성을 1~2의 손절폭으로 커버할 수 있는 방법, 즉 절대적인 기법을 찾아 나서거나 '운에 기대는 매매'를 하게 된다.  기준 프레임이 작을수록 진입기회는 많아지고 휩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성배를 찾아 해결하려고 하는 셈이다. 나는 이것을 결국 상대적으로 손실은 보기 싫지만 짧은 시간에 최대의 수익은 올리고 싶은 욕심 많은 겁쟁이 심보라고 생각한다.

 

이는 리스크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지 않은, 그리고 직접적인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바탕으로 한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장을 대신해 출장을 가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모험을 떠나지는 못한다. 때문에 매매에 있어서도 나를 대신해 리스크를 짊어져 줄 것 같은 이른 바 고수, 리딩방 혹은 신호 장사꾼 등을 찾아 나서게 된다. 자신의 실제 리스크를 일종의 충성심(?) 혹은 월정액으로 대신하고 몇 백%의 수익을 바라는 심보다. 

 

물론 B의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과 성과를 내는 듯 보이는 다수의 사기꾼들이 있음을 안다. 사실 강철같은 절제력과 대담함 그리고 숱한 선택의 기로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 확고한 목표의식만 어느 수준 이상 갖추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번외로 이 부류들이 주로 펼치는 논리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대략 이렇다.

1. 매매는 타고나야 한다.

 - 당신이 그런 천재라면 축하한다. 하지만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어느정도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나는 당신 혹은 워렌 버핏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2. 나는 무적의 기법을 알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따라한다면 이 기법의 경쟁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이를 알려 줄 수는 없다.

- 이런 류의 거의 대부분은 20ma 보다 빠른 신호가 나타나는 5일선, 3일선 등 지표의 변수를 바꾸는 식이거나 거래량, 이격도, 패턴 등 여러 지표를 조합한 것일 뿐이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몇 개의 지표, 혹은 선 몇 개만 그어도 그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즉,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실행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설령 당신이 그런 기법을 알고 있다 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므로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3. 내 어마어마한 수익금과 럭셔리 라이프를 보아라.

- 기본적으로 나는 일관된 매매 논리와 리스크 관리, 복기가 부재한 단순한 수익 인증에는 관심이 없다. 이는 1, 2번과 더불어 이 바닥의 사기꾼들이 주로 쓰는 수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 중 성공(?)한 몇 명의 비루한 매매 실력과 사람들을 현혹하는 탁월한 수법과 과정을 대략 알고 있다.  

 

 

 

'write > 투기학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세의 정방향, 눌림의 역방향  (0) 2023.02.23
이 때의 다음 한 걸음이 겜블  (0) 2022.12.28
2ⁿ의 트레이딩  (0) 2022.11.07
울지 않는 두견새  (0) 2021.12.07
책을 든 손이 이긴다  (0) 2020.12.2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