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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게임을 하라

엔타이투밀라 2018. 3. 10. 18:00

투자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자유도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합의가 된 정답이 제시되는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오롯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을 오히려 불편해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인한 ‘실패’가 두려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 바닥’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찾게 되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비로소 ‘시작할 준비’를 갖추게 되는 듯 하다. 그러는 동안 각자 나름의 수업료를 치르게 되고, 개중에는 상당히 혹독한 값을 지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첫 번째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와 예외의 법칙을 가지고 있어 자칫 자신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지기 쉬운 투자의 세계에서 ‘기준점’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근거와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는 ‘가설’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되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기록하면서 잘한 점은 발전시키고 못한 점은 개선해가면서 점점 완성도를 높여 간다면 언젠가는 그토록 바라던 ‘자신만의 매매기법’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준점을 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투자성향과 환경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과 어느정도 사실에 근접한 ‘시장의 본질’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과 자금에 대한 관리’ 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정도 ‘자기파괴’에 대한 본능이 있다고 한다. 이는 현실의 자신에 대한 자책과 도피, 주변의 관심을 끌기위한 행동, 자학으로 얻게되는 비정상적인 쾌감이 어우러진 복잡한 심리의 결과라고 하며, 대표적인 예로 알콜중독과 도박중독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기파괴’적인 심리로 인해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에 있어 심리에 관한 중요성은 너무나 많은 언급이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자금관리’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액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아왔다. 소액이니까 잃을 때 잃더라도 호기롭게 베팅을 한다는 등, 이 정도는 수업료로 생각한다는 등등의 심리 이면에는 ‘자기파괴’적인 이유와 더불어 '1~2백 정도는 조금 노력하면 또 마련할 수 있으니까 일단 베팅을 해서 어느 정도 목돈이 마련되면 그때부터 안전하게 하겠다'라는 전형적인 한탕심리가 깔려 있다. 백만원을 가지고 시장에서 번번히 퇴출되었던 사람이 운좋게 천만원, 1억을 벌었다가 결국 퇴출되고마는 사례를 연구한 논문이나 서적은 원한다면 한 박스도 넘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의 게임을 하는 것’ 이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레이딩으로 급등주를 매매하는 것을 보아왔고, 나 자신도 ‘하루 1% 수익내기’ 등등을 포함한 단타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급등주를 매매하는 가장 큰 원인은 1)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운이 좋다면), 2)종목 검색이 쉬우며, 3)따던 잃던 결과가 빨리 나오기 때문이다.


단타와 급등주 매매가 잘못되었다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내 경우에는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감이 좋고 판단이 빠른 사람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히 운이 나쁘다거나 좋았던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하면서 급등주와 단기매매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종목을 찾기가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급등주와 단기투자에서는 내가 그나마 조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석과 기다림’의 장점이 발휘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고, 그로인해 심리가 무너지고 결국 ‘자기파괴’ 비슷한 상황까지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대략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꼈던 것이 ‘이건 내 게임이 아니구나’였다.


주식시장은 ‘패자의 게임’이다. 승자가 독식하는 게임이 아니고 누가 먼저 손해를 보고 매도하냐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고 살아남은 승자들이 그 수익을 나눠 가진다. 내게 있어 급등주와 단기매매는 스스로의 장점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게임에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워렌버핏이나 수익률 대회에서 입상한 쟁쟁한 고수들과 경쟁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게 완벽하게 유리한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아도 결코 삼진아웃이 되지 않는 것이 투자의 장점’이라는 워렌버핏의 말처럼, 꾸준히 시장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유리한 상황을 조금씩 늘려가는 '자신이 주도하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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