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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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투기학개론

외나무 다리 건너기

엔타이투밀라 2017. 1. 31. 15:56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딩을 하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아마도 ‘궁극의 필살기’, 즉 지속적으로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무적의 매매기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매매기법 이전에 먼저 갖추어야 할 원칙과 심리적 요인, 리스크 회피, 자금관리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기법과 원칙

다음과 같은 간단한 매매원칙을 세웠다고 하자.

매수진입 1) 하얀색 점선이 하얀색 실선보다 위에 있을 것
            2) 빨간색선이 파란색선을 상향돌파 할 때 매수

매수청산 1) 빨색선이 파란색선보다 아래에 있을 것
            2) 하얀색 점선이 하얀색 실선을 상향돌파 할 때 청산

* 매도 진입/청산은 매수와 반대이다.
 
이 간단한 매매기법을 EUR/USD 1시간 차트에 적용해 보면,


이 차트는 확실한 추세기간이라 많은 수익이 발생했지만, 비추세구간에서는 손실도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간단한 원칙을 추천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고, 어떤 원칙이라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적어도 큰 손실을 입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매매기법을 알고 있더라도 기본이 되는 진입/청산, 리스크/자금 관리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공포 혹은 탐욕으로 심리가 무너졌어’라고 중얼거리며, 또 다시 밤을 새며 분석하고 공부를 하지만 정작 왜 심리가 무너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는 죽어도 원칙을 지켜야지..’ 쯤으로 간단하게 매듭짓고 지속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 명확하고 간단한 원칙을 지키기가 왜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외나무 다리 건너기
 
누구나 어렸을 때 외나무 다리 건너기 놀이를 해 보았을 것이다. 


트레이딩은 어떤 면에서 외나무 다리 건너기와 비슷하다.
누구에게나 땅에 그어져 있는 선(리스크가 0)을 밟고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건너가기란 정말 쉽다. 높이를 30cm 정도 올리더라도 대부분 웃으면서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이를 10m, 100m로 올리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간단한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 즉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짓눌린 심리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에서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공포심을 초인적인 의지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보통 사람으로서는 분명히 희박한 확률이 될 것이다.
 
게다가 시장이란 외나무 다리는 스스로 그 높이가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리스크의 게임이다. 트레이더는 일정한 참가비를 내고 시장 자체의 리스크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더한 후에야 비로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게임 도중 높이가 5m, 10m, 15m 로 점점 높아 진다면 곧 바로 뛰어내려 일단 안전을 도모한 후 다음 게임을 노려야 하지 않을까?
 
천 명 중에 한 명, 만 명 중에 한 명 살아남은 고수가 건너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같은 리스크일지라도 자금 규모 등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며, 이것은 스파이더맨이 63빌딩에서 뛰어내렸다고 해서 그걸 따라 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꿔 말하면 STOP을 20~30pip으로 잡고 1 lot을 운용하는 트레이더가 평균 200pip이 움직이는 일차트를 기준으로 러프하게 거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옳게 방향을 잡았더라도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매번 스탑에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STOP기준이 20~30핍이라면 큰 그림을 상위 차트에서 그리더라도 실제 진입은 그에 맞는 변동성을 가진 하위 차트에서 보다 정교한 거래를 해야 한다. 그 어떤 훌륭한 기법을 터득하고 있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떠안고 매번 자신의 운을 시험하면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10억이 걸린 사망확률이 1/6인 '러시안 룰렛'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궁지에 몰리고 가난할 사람일 수록 이런 식의 위험한 도박을 선호하며, 기대하는 수익도 점점 작아진다는 심리연구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국 정리를 해보자면 ‘열심히 공부를 해 자신만의 매매원칙을 확립한 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안에서 여러 번 검증을 한 뒤 조금 더 높은 수준에 도전하는 상식적인 투기’를 하자는 뜻이다.
 
불패의 매매기법을 찾아 불철주야 연구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높이에서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한 후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이 현재 다리 하나쯤 부러질 만한 높이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주저없이 뛰어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신의 은총이 깃들기만을 기도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섬뜩해지는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한 장면이다.




여기 위험관리의 진수가 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위험만 부담하라.
만일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 과감하게 위험을 부담하고, 그럴만한 돈이 없다면 게임을 하지 마라.
 
- Ed Seyko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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