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프로크루스테스 트레이더(Procrustean Trader) - 계좌 살해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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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 트레이더(Procrustean Trader) - 계좌 살해자

엔타이투밀라 2019. 7. 27. 10:39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가는 모험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힘이 센 거인이자 노상강도였다. 특히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짧으면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려 죽였다고 한다.

여기서 비롯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는 자기의 기준에 맞춰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 아집, 독단 등을 이르는 심리학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시사상식사전 참조)

트레이더들 중에도 이러한 프로크루스테스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그릇'의 크기를 조절하여 '시장'으로부터 '수익'을 얻고자 노력하지만, 손실은 늘리고 수익을 잘라냄으로써  결국 자신의 계좌를 살해하고 만다.

 


자신의 '밥그릇' 크기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시장에서 '자기 밥'을 찾아 먹을 줄 아는 이른 바 '고수'들이 손절과 계약수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을 보고 입문자가 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은 자신의 그릇 크기를 분명하게 알고 있으며, 그 범위 내에서 운용의 묘를 다르게 할 뿐이다.



프로크루스테스 트레이더의 또 다른 유형은 보조지표의 변수와 차트의 시간대에 변화를 줌으로써 모든 시장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기법을 찾고자 하는 부류이다. 이들은 특정한 시기나 조건에 딱 맞는 변수를 찾아내면 잠시 행복해 하다가, 이내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 또 다른 변수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자신만의 지적 탐구활동에 심취한 나머지, 정작 트레이딩의 목적인 돈을 버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오래된 수법 가운데 하나는 주가 그래프를 만든 다음 두 번째 그래프를 그 위에 겹쳐놓는 방법이다. 그래프를 제시하는 사람은 이어 한 그래프가 다른 그래프를 신기하게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증시 전문가 해리 덴트는 매년 미국의 46.5세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후 그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1953년 이후 다우의 가격은 미국의 46.5세 인구수에 의해서 거의 완벽하게 예측되었다.(덴트는 그 이유를 그 연령이 미국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의 미국 인구에서 46.5세가 차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율을 바탕으로 덴트는 다우지수가 2008년에 4만1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는 자기 이론에 근거하여 주식을 선정하는 뮤추얼 펀드까지 설립했다. (2008년 10월 5일 다우지수는 10325.380 이다!)

그러나 선택가능한 거의 무한정의 기간이 존재하므로 한 자료가 다른 자료의 추이를 예측하는 것으로 보이는 도표를 만드는 것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다. 1953년이 출발점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1954년, 1951년 혹은 1812년 등 이론에 맞아 떨어지는 연도로 수정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다우가 나타내지 못할 경우 S&P 500이나 다른 지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레인웨버는 1997년 어느 통계가 1981년부터 1993년까지의 미국 증시의 실적을 가장 잘 예측했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입수가능한 모든 통계수치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 결과 미국 주식의 수익을 정확히 75%로 예측한 통계수치를 발견해 내었다. 그 수치는 방글라데시에서 매년 생산되는 버터의 생산량이었다.

금융시장은 분석가능한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이론은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자료분석가들은 자신이 시험했거나 거부한 모든 이론과 자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들의 대다수는 이런 자료를 공개할 경우 그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지 고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 & 브레인 – 제이슨 츠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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