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본문

write/투기학개론

운칠기삼(運七技三)

엔타이투밀라 2017. 1. 26. 11:08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3할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뜻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은  포송령(1640~1715)이 지은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요재지이는 중국의 귀신과 요괴 이야기를 엮은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천녀유혼’도 이 책에 나오는 섭소천의 설화가 원작이다.)


내용인 즉,


한 선비가 과거 공부를 하는데, 흰 수염이 나도록 번번이 낙방하여 가세가 기울고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가출해 버리고 말았다. 절망한 선비는 죽을 작정을 하고 대들보에 동앗줄을 매어놓고 생각하니, 자기보다 재주가 못한 사람들이 번번이 과거에 급제한 것이 억울하여 죽을 수가 없었다. 이에 옥황상제에게 가서 따져 보기로 하였다.


선비의 하소연을 들은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놓고, 술 시합을 시키면서 선비에게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이 술 시합에서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시고 정의의 신은 석 잔 밖에 마시지 못했다. 이를 두고 옥황상제는 선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도무지 앞을 알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는 법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7할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으나, 3할의 이치가 틀림없이 행해지고 있음을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3할의 이치가 어김없이 행해지고 있는 불합리한 세상이라..

곰곰히 생각해 볼 수록 무섭고 한편으론 삶의 녹록찮음을 잘 나타내주는 고사성어인 듯 싶다.


투기시장은 특히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고자 한다. 어차피 승패의 7할은 운에 달려 있으니만큼 차라리 대담하고 호기로운 베팅으로 운을 당겨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항상 말하듯이, 시장은 패자(敗者)의 게임으로 살아남은 승자들이 먼저 패배한 사람의 몫을 나눠 가지는 구조이다. 이곳에서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7할의 운보다는 어김없이 행해지는 3할의 이치에 걸려 퇴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홉 번을 손절하지 않고 버텨 수익을 내다가도 결국은 어김없는 한 번의 마진콜을 당하게 되기 때문으로, 운에 맡기는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만한 인간의 마음이 아직은 행운의 영역에 속해 있을 때 이를 깨닫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write > 투기학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인드와 깨달음  (0) 2017.02.03
외나무 다리 건너기  (0) 2017.01.31
베르누이의 효용이론  (0) 2017.01.25
설마를 만나면 목숨을 보존하라  (2) 2017.01.12
시장을 이길 필요는 없다  (0) 2017.01.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