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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비광 이야기 본문
오노 도후(小野道風, 894~966)는 미치카제(道風)라고도 불리며, 후지와라 유키나리(藤原行成), 후지와라 스케마사(藤原佐理)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오노 도후는 전통적인 중국의 서법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조다이요(上代樣)라는 서체를 완성했으며, 그의 서체는 일본 서예의 전형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젊었을 때의 일입니다. 서예에 열정이 넘쳤던 그였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더 이상 발전이 없자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에게 깊이 실망하고 있던 그는 매번 “더 잘 쓰도록 하여라”는 스승의 한 마디에 화가 나 결국 서예가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말없이 짐과 우산을 챙겨 서당을 나서던 그는 대문 앞 버드나무 아래에서 이파리를 잡으려고 연신 뛰기를 반복하는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되지도 않는 것에 저리도 애를 쓰는지..'
그 개구리의 신세가 자기와 똑같다고 생각한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처량한 개구리의 모습이 보기 싫어 자리를 떠나려고 하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개구리는 다시 한번 죽을 힘을 다해 뛰어올라 마침내 이파리를 부여잡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오노 도후는 크게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참으로 부끄럽구나. 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하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연습에 매달린 그는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서예를 포기하려던 그가 무수한 도약끝에 마침내 거대한 나무 위에 오르는 개구리에게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 이야기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화투패 12월에도 그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산을 받쳐 든 사람, 뛰어 오르는 개구리, 버드나무가 그려진 비광의 상황이 바로 오노 도후의 깨달음인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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