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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

남자 이야기

엔타이투밀라 2018. 8. 25. 04:25


첫번째 컷은 철기맹이 구륜교에 대한 습격에 실패하고 패주하던 중 구룡협곡에서 하월향의 매복을 만나 사활의 기로에 섰을 때, 제 4향주 엄동진이 안소를 대신해 죽으며 자신의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남긴 유언입니다. '적극적인 죽음의 모색'이란 참 소름끼치는 문장이지요. "남자에겐 남자만의 이야기가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나온 이 만화는 보시는 분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습니다만 멋진 대사가 참 많군요. ^^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을 만났습니다. 학창시절 몰래 뻐끔 담배를 함께 피우던 철없던 녀석들이 어느덧 훌쩍 40이 넘어, 가정과 사회에서 나름대로 적절한 포지셔닝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혼자 웃음이 날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실체를 샅샅이 알고있는 40대 남자들의 이야기란 그 내용이 놀랄만큼 유치하고 빈약한 것이라서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듣거나 말할 용기가 나질 않기에 그토록 술을 마셔대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내는 건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니까 말이지요. 한참을 허세와 객기 가득한 옛날 추억과 시시껄렁한 농담과 애정어린 욕설로 마셔라 부어라 한 끝에 비로소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이제는 뭔가 다른 것을 모색해 봐야겠다' 나름 안정을 이루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보니 어느덧 시스템에 녹아들어 가장으로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이야기 외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뻔한 신파였지만 , 늘 그렇듯이 선뜻 농담으로 받아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역시나 유치하고 빈약한 토론이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우리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뿌듯함을 뒤로 하고 오랜 관례에 따라 약한 모습을 보인 녀석은 조용히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그 녀석은 6자리 숫자가 찍힌 영수증을 내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들이 그것을 모를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입을 다뭅니다. '6자리 숫자에 대한 보답은 6자리 숫자로 대신할 뿐..'


201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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