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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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西遊記) 선리기연(仙履奇緣)

엔타이투밀라 2017. 2. 1. 13:51

이보다 더 유치찬란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성 싶은 영화가 없을만큼 주성치의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뻔뻔스럽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했다던가. ‘세상의 영화는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와 주성치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뉘어 진다’라고.


운명이 평상시의 그로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능력으로 한 인간의 생을 휘감아 그를 한 순간 동안 정점(頂點)에 다다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성치의 경우에는 서유기(西遊記) 선리기연(仙履奇緣)이야말로 그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전 과거에 사랑을 앞에 두고 아끼지 못하고 잃은 후에 큰 후회를 했습니다.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후회하는 일입니다.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겠습니다. 만약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습니다. "


춘삼십랑의 칼을 맞아 죽게되는 손오공이 관세음보살 앞에서 자신의 심장에 남겨진 것이 바로 자하의 눈물임을 알게되고 대오각성(大悟覺醒)을 하는 순간 스스로 금고아를 머리에 쓰며 남긴 명대사이다. 그리고나서 자하를 사랑하지만 속세에 미련을 두면 조여오는 금고아때문에 아파하는 손오공의 슬픔과 분노, 번민과 미련이 애매하게 어우러지는 아픔을 절규하는 장면에서 나는 주성치가 그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생일대의 몰입(沒入)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과거와 현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자아(自我)와 비아(非我)가 얽히고 섥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이 영화는 몇번을 반복해서 보아야 비로소 그 현란한 유치함 속에 묻혀있는 스토리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간단히 요약해보면,


1편 격인 월광보합 편에서 맺어진 백정정과의 인연을 잊지 못하는 지존보의 영혼을 가진 손오공은 선리기연편에서 운명의 여인 자하를 만나 손오공의 영혼을 뒤찾았음에도 여전히 백정정을 그리워하는 지존보의 영혼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자하를 떠나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만나 청혼을 하는 지존보의 진심을 알 수 없는 백정정은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 심장을 만나 본 후 "당신의 심장에 그녀가 놔둔 물건을 보니 500년후에는 내가 아닌 그녀를 찾게 될 것 같아요"란 편지를 남기고 떠나간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죽음을 맞이한 지존보는 자신의 심장에 남겨진 자하의 눈물을 보며 손오공으로서의 자신을 각성하게 되고 제천대성으로 거듭나 속세의 미련을 끊고 우마왕에게서 삼장법사를 구출하고 서역으로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결국 손오공의 사랑을 얻지못하는 자하는 손오공대신 우마왕의 칼에 죽게되고, 다시 500년 후 환생한 지존보와 자하를 손오공이 맺어주고 돌아서는 장면에서 이 대 서사시는 막을 내린다.

대부분의 경우 한계를 넘는 능력을 부여받아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 버린 인간은 남은 일생을 시름시름 살다가 끝마치는 경우가 많은데 주성치의 경우 아직도 건재(?)한 편이니 좀 더 두고 볼 일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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